세입자가 낸 장기수선충당금 돌려받는 법

세입자가 관리비와 함께 낸 장기수선충당금은 집주인이 내야 할 돈이라, 이사할 때 집주인에게 돌려받습니다.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제31조제8항은 “공동주택의 소유자는 장기수선충당금을 사용자가 대신하여 납부한 경우에는 그 금액을 반환하여야 한다”고 적고 있습니다. 가장 쉽게 받는 방법은 하나입니다. 관리사무소에서 납부확인서를 떼어 들고 보증금을 돌려받는 자리에서 같이 달라고 하는 것입니다. 다만 계약서에 “장기수선충당금은 임차인이 부담한다”는 특약이 있으면 돌려받을 수 없다고 본 판결이 있으니, 계약서부터 한 번 펼쳐 보세요.

내가 낸 돈인데 왜 집주인에게 받나

장기수선충당금은 승강기·외벽·배관처럼 단지의 큰 시설을 몇십 년에 걸쳐 바꾸려고 모아 두는 돈입니다. 그 시설은 집의 값에 붙어 있으니 법은 처음부터 집주인에게 걷게 했습니다. 공동주택관리법 제30조제1항이 관리주체가 이 돈을 “해당 주택의 소유자로부터 징수하여 적립”하라고 정한 것이 그 근거입니다. 그런데 관리비 고지서는 그 집에 사는 사람에게 가기 때문에, 세입자가 대신 내고 나중에 정산하는 방식이 굳어졌습니다.

고지서에서 헷갈리기 쉬운 줄이 하나 있습니다. 수선유지비입니다. 시행령 제23조는 수선유지비를 청소비·경비비와 같은 관리비 항목(제1항)에 두고, 장기수선충당금은 관리비와 구분하여 징수하는 돈(제2항)으로 따로 떼어 놓았습니다. 수선유지비는 사는 사람이 쓰는 관리비라 돌려받을 대상이 아니고, 돌려받는 것은 장기수선충당금 줄뿐입니다. 고지서 어디에 그 줄이 있는지 모르겠다면 아파트 관리비 고지서 보는 법에서 자리를 먼저 찾으면 됩니다.

얼마를 받을지는 납부확인서가 정합니다

매달 고지서를 모아 더할 필요는 없습니다. 같은 조 제9항이 관리주체는 사용자가 납부 확인을 요구하면 “지체 없이 확인서를 발급해 주어야 한다”고 정해 두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사용자가 곧 세입자입니다. 관리사무소에 “이사 때문에 장기수선충당금 납부확인서가 필요합니다”라고 말하면, 입주한 달부터 지금까지 낸 금액이 한 장에 찍혀 나옵니다. 이사 날짜를 알리는 전화에서 같이 부탁해 두면 편합니다. 그 전화에서 챙길 다른 것들은 아파트 이사 날짜 잡히면 관리사무소에 알릴 것에 모아 두었습니다.

확인서를 받으면 세 가지만 봅니다.

  1. 기간. 입주한 달부터 나가는 달까지 빠짐없이 들어 있는지 봅니다. 새 아파트라면 앞 몇 달이 0원일 수 있습니다. 시행령 제31조제6항이 사용검사를 받은 날부터 1년이 지난 날이 속하는 달부터 적립하게 해서, 입주 초기에는 걷지 않는 단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2. 마지막 달. 이삿날 중간 정산한 관리비에도 장기수선충당금이 들어 있을 수 있습니다. 확인서를 그보다 먼저 뗐다면 정산서에서 그 줄을 찾아 더합니다.
  3. 금액. 월 적립액은 제3항의 계산식에 따라 세대 공급면적에 비례합니다. 같은 단지라도 평형이 다르면 다르고, 예를 들어 월 2만 원씩 2년이면 48만 원입니다. 옆집 이야기와 비교하지 말고 확인서 숫자를 그대로 씁니다.

보증금 받는 날이 가장 쉬운 날입니다

법에 반환 날짜가 적혀 있지는 않지만, 현실에서는 보증금을 돌려받는 순간이 가장 확실합니다. 짐이 빠지고 계좌 이체가 끝난 뒤에 따로 연락하면 “나중에 보내 줄게요”에서 멈추기 쉽습니다. 며칠 전에 집주인에게 금액과 근거를 미리 알려 두면 그날 보증금과 한 번에 정리됩니다.

“이사 날 보증금 정산할 때 제가 관리비로 대신 낸 장기수선충당금 ○○○원도 같이 부탁드립니다. 관리사무소 납부확인서 사진 보내 드립니다.”

관리비를 밀린 채 나가면 집주인이 그 금액과 맞바꾸자고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두 돈은 성격이 다르니 밀린 관리비는 이삿날 관리사무소에서 따로 정리하는 편이 깔끔합니다. 밀린 관리비를 정리하는 순서는 아파트 관리비 연체하면 어떻게 될까에 있습니다.

특약이 없으면 관리사무소 납부확인서를 떼어 보증금 받는 날 같이 정산하고, 안 주면 문자·내용증명·지급명령 순서로 간다

이럴 때는 답이 달라집니다

  • 계약서에 ‘임차인 부담’ 특약이 있을 때. 아파트관리신문이 보도한 2021년 전주지방법원 항소심 판결은 법이 이 규정을 강행규정으로 정하지 않았다며, 임차인이 장기수선충당금을 부담하기로 한 특약을 무효로 볼 수 없다고 했습니다. 특약이 있으면 돌려받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새로 계약한다면 “장기수선충당금은 임대인 부담”이라고 적어 두는 것이 가장 확실합니다.
  • 사는 동안 집주인이 바뀌었을 때.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제4항은 집을 산 사람이 임대인의 지위를 이어받는다고 정합니다. 그래서 보통은 이사 나갈 때의 집주인에게 전체를 청구합니다. 다만 법이 장기수선충당금을 콕 집어 정해 두지는 않아서, 새 집주인이 “앞 기간은 전 주인에게 받으라”고 하면 다툼이 됩니다. 매매 소식을 들었다면 그날까지의 확인서를 한 장 따로 떼어 두세요. 어느 쪽 말이 나와도 기간별 금액을 바로 내밀 수 있습니다.
  • 고지서에 그 줄이 아예 없을 때. 법 제29조제1항의 장기수선계획 대상은 300세대 이상, 승강기가 있는 곳, 중앙집중식·지역난방 방식인 공동주택 등입니다.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 작은 단지는 이 줄이 없거나 이름이 다를 수 있으니, 관리사무소에 적립금이 따로 있는지 먼저 물어봅니다.

이사 뒤에도 돌려주지 않는다면

문자로 한 번 더 요청하고, 답이 없으면 금액·근거 조문·입금 기한을 적은 내용증명을 보냅니다. 그래도 주지 않으면 법원에 지급명령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민사소송법 제462조의 지급명령은 정해진 금액의 돈을 달라는 청구에 쓰는 절차라 이런 경우에 맞고, 대법원 전자소송에서 직접 낼 수 있습니다. 보증금 반환까지 함께 다투는 상황이라면 주택임대차보호법 제14조의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도 있습니다. 어느 길이든 필요한 것은 같습니다. 납부확인서, 임대차계약서, 그리고 요청했다는 문자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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