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이사 나갈 때 원상복구, 세입자 몫과 집주인 몫

이사 나갈 때 세입자가 원래대로 돌려놓아야 하는 것은 직접 설치하거나 바꾼 부분, 그리고 세입자 잘못으로 망가진 부분입니다. 햇빛에 바랜 벽지나 가구에 눌린 장판처럼 보통으로 살면서 생긴 낡음은 계약서에 그 항목을 구체적으로 적은 특약이 없으면 집주인이 부담한다고 본 판결이 있습니다. 보증금에서 수리비를 빼려면 손상이 세입자 탓이라는 것을 집주인이 증명해야 합니다.

세입자 몫과 집주인 몫을 가르는 선

세입자는 계약이 끝나면 집을 원래대로 고쳐 돌려줘야 합니다(민법 제654조·제615조).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원래 상태는 처음 들어올 때의 새 집 상태가 아닙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07년 5월 31일 판결(2005가합100279)에서 원상회복을 “사회통념상 통상적인 방법으로 사용·수익을 하여 그렇게 될 것인 상태라면 사용을 개시할 당시의 상태보다 나빠지더라도 그대로 반환하면 무방하다는 것”으로 풀었습니다. 집이 쓰면서 낡는 것은 임대차에서 당연히 예정된 일이고, 집주인은 그 감가를 임대료에 반영해 돌려받는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런 낡음, 곧 통상의 손모를 고치는 비용은 특약이 없으면 집주인이 냅니다.

특약이 없으면 햇빛에 바랜 벽지·가구에 눌린 장판 같은 생활 낡음은 집주인 몫이고, 직접 단 선반·조명과 반려동물 긁힘·깨진 타일은 세입자 몫이다

다만 이 판결은 항소된 1심 판결이고, 어떤 흠이 통상의 손모인지 목록을 두지도 않았습니다. 대법원도 원상회복의 범위는 계약 경위, 들어올 때 집 상태, 세입자가 고친 내용을 따져 사건마다 정한다고 봅니다(2017다268142). 그래서 못 자국이 몇 개까지 생활 흔적인지, 곰팡이가 누구 탓인지에서 다툼이 가장 많습니다. 곰팡이는 단열과 결로가 원인인지가 갈림길이라, 생겼을 때 집주인에게 알린 기록이 있으면 단열 탓에 생긴 곰팡이의 도배비를 세입자가 떠안을 이유가 줄어듭니다.

계약서의 ‘원상복구한다’ 한 줄이면 다 세입자 몫일까

계약서에 흔히 들어가는 “퇴거 시 원상복구한다”는 문구만으로 생활 낡음까지 세입자에게 넘어가지는 않습니다. 같은 판결에서 법원은 세입자에게 그 비용을 물리려면 세입자가 고칠 손모의 범위가 계약서 조항에 구체적으로 적혀 있어야 한다고 봤습니다. 계약서가 분명하지 않다면 집주인이 말로 설명하고 세입자가 그 뜻을 분명히 알고 합의했다고 인정될 정도여야 합니다. 특약에 “도배·장판은 퇴거 때 세입자가 새로 한다”처럼 항목이 적혀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지니, 계약서부터 다시 읽어 보세요.

반대로 세입자가 직접 설치하거나 바꾼 것은 떼어 내고 나가는 것이 원칙입니다. 벽걸이 TV 받침대, 커튼 레일, 붙박이 선반, 바꿔 단 조명이 여기에 들어갑니다. 관리사무소 동의를 받아 바닥재를 바꿨더라도 그것은 공사 절차를 지킨 것일 뿐이라, 집주인과 그대로 두기로 따로 합의하지 않았다면 원상복구 대상입니다.

들어올 때 이미 달려 있던 시설도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대법원은 앞 세입자가 설치한 인테리어를 넘겨받아 쓴 세입자에게, 계약서의 원상회복 조항과 시설의 성격을 따져 철거 의무가 있다고 본 적이 있습니다(상가 사건, 2017다268142). 이미 달려 있는 시설을 두고 갈지 떼어 갈지는 다음 집을 계약할 때 사진과 함께 특약에 남겨 두면 다툴 일이 없습니다.

보증금에서 수리비를 빼겠다는 말을 들었을 때

보증금은 밀린 월세뿐 아니라 망가진 곳의 수리비에도 쓸 수 있어서, 집주인이 수리비를 빼고 돌려주는 것 자체는 가능합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그 손해가 생겼다는 점을 집주인이 주장·입증해야 한다고 봤습니다(95다14664). 이 사건에서 집주인은 수리비 545만 5천 원을 빼겠다고 했지만, 하자가 세입자 과실로 생겼다는 증거가 없어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금액을 통보받았다면 바로 동의하지 말고 근거부터 받아 보세요. 이렇게 답하면 됩니다.

“수리비를 빼시려면 손상된 곳 사진과 수리 견적서를 먼저 보내 주세요. 입주할 때 상태와 비교해 보고, 제가 설치했거나 망가뜨린 부분은 정산하겠습니다.”

입주 때 찍은 사진이 없어도 증명할 책임이 세입자에게 넘어오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짐을 뺀 빈집을 방마다 날짜가 남는 영상으로 찍어 두면, 나중에 “그때는 없던 흠”이라는 말이 나왔을 때 바로 맞춰 볼 수 있습니다.

이삿날은 집주인에게 받을 돈을 함께 맞춰 보는 날이기도 합니다. 관리사무소의 이사 당일 관리비 정산과 별개로, 세입자가 대신 냈던 선수관리비와 매달 관리비에 섞여 나간 장기수선충당금은 집주인에게서 돌려받을 몫입니다. 수리비 이야기가 나온 자리에서 이 금액도 같이 정리하면 보증금 계산이 한 번에 끝납니다.

끝까지 합의가 안 되면 소송 전에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14조에 따라 보증금 반환과 집의 유지·수선을 둘러싼 다툼이 조정 대상이고, 다투는 금액이 1억 원 미만이면 수수료는 1만 원입니다(시행령 제33조, 별표 2).

원상복구는 집을 새것으로 되돌리는 일이 아니라, 세입자가 더하거나 망가뜨린 만큼을 되돌리는 일입니다. 그 선을 넘는 수리비는 특약에 구체적으로 적혀 있거나 집주인이 손상과 책임을 증명할 수 있을 때에만 보증금에서 빠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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