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겨울 락스로 닦아 낸 자리에 올해 또 검은 점이 올라왔다면, 곰팡이를 덜 죽인 것이 아닙니다. 그 벽이 겨울마다 젖고 있는 것입니다. 곰팡이는 젖은 면에서만 자라기 때문에 곰팡이가 핀 자리가 곧 물이 생기는 자리이고, 물을 끊지 않으면 무엇으로 닦아도 같은 자리로 돌아옵니다. 그래서 순서는 닦기가 아니라 말리기가 먼저입니다. 그리고 락스는 벽지와 콘크리트 벽에는 쓰지 않는 것이 맞습니다. 락스 제조사가 스스로 그렇게 안내합니다.
곰팡이가 핀 자리가 원인을 말해 줍니다
LH 주거연구원은 곰팡이가 습도 80% 이상이 계속 유지되는 환경에서 서식한다고 설명합니다. 거실 한가운데가 그런 습도일 리는 없으니, 곰팡이가 핀 자리는 방 전체가 아니라 그 면만 젖어 있었다는 뜻입니다. 어디에 폈는지를 보면 왜 젖는지가 대개 갈립니다.
| 곰팡이가 핀 자리 | 그 면이 젖는 이유 | 먼저 할 일 |
|---|---|---|
| 창틀 아래 구석, 유리 가장자리 | 결로. 찬 창에 실내 습기가 맺힘 | 거실 문 닫고 바깥 창 열기, 습도 낮추기 |
| 외벽 쪽 벽 모서리, 천장과 벽이 만나는 귀퉁이 | 결로. 단열이 끊기는 자리라 그 면만 차가움 | 습도 낮추기. 입주 3년 안이면 단열 하자 |
| 수납장·세탁기 뒤, 붙박이장 안쪽 | 공기가 돌지 않아 습기가 고임 | 벽에서 띄우고 문 열어 두기 |
| 벽 위쪽이나 천장의 한 점에서 번진 얼룩 주변 | 누수. 윗집·외벽·옥상에서 들어온 물 | 사진 찍고 관리사무소 접수 |
| 타일 줄눈, 창틀·세면대 실리콘 | 물이 고이는 틈 | 염소계 곰팡이 제거제로 닦아도 되는 유일한 자리 |
| 젖은 자국이 없는데 옷장 안과 구석 전체에 | 실내 습도 자체가 80%를 넘음 | 제습기와 환기 |
첫 두 줄이 베란다 곰팡이의 대부분입니다. 확장하지 않은 베란다라면 베란다를 따뜻하게 하려고 거실 문을 열어 둔 것이 원인인 집이 가장 많고, 그 반대로 문을 닫고 바깥 창을 조금 여는 이유는 아파트 베란다 결로가 심할 때, 어떻게 해결할까?에 적어 두었습니다. 네 번째 줄처럼 벽 위쪽 한 점에서 번진 얼룩에 곰팡이가 붙어 있다면 결로가 아니라 누수라서, 닦기 전에 아파트 천장에 물자국이 생겼을 때 먼저 해야 할 일의 순서대로 사진과 기록부터 남깁니다.
락스를 벽에 뿌리지 마세요, 제조사도 말립니다
유한락스 고객 상담에서 회사가 직접 밝힌 내용입니다. 락스는 95%가 물이라 벽지에 뿌리면 곰팡이는 거의 제거하지 못하고 산화제와 수분이 벽지 안으로 스며들어 없던 문제까지 만들며, 락스가 맞는 자리는 욕실 타일처럼 매끄럽고 단단한 방수 표면뿐이라는 것입니다. 콘크리트 벽도 마찬가지입니다. 물을 빨아들이는 다공성 표면이라 스며든 락스를 닦아 낼 수 없고, 그렇게 스며든 물이 곰팡이의 다음 양분이 됩니다. 미국 환경보호청도 곰팡이 청소에 락스 같은 살균제를 일상적으로 쓰는 것을 권하지 않고, 단단한 표면은 세제와 물로 닦으라고 안내합니다.
뿌리는 것은 더 문제입니다. 고용노동부의 락스 안전사용 가이드는 락스 희석액을 분무기로 뿌려 소독하던 사람이 기도를 다친 사례와, 지하실 곰팡이를 제거하다 어지럼과 구토를 겪은 사례를 들어 배포됐습니다. 분무기로 뿌리면 락스가 공기 중에 떠서 호흡기로 들어갑니다. 락스를 쓸 자리에서도 천에 묻혀 닦는 것이지 뿌리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섞지 않습니다. 시중의 곰팡이 제거제는 대부분 락스와 같은 염소계인데, 서울시가 소개한 한국소비자원 시험 결과는 이런 제품을 산성 욕실세정제나 식초, 구연산과 함께 쓰면 치명적인 염소가스가 나온다고 경고합니다. “락스로 안 되니 식초를 더한다”가 가장 위험한 조합입니다.
그러면 염소계 제거제는 어디에 쓰느냐. 표의 다섯 번째 줄, 타일 줄눈과 실리콘입니다. 매끄럽고 물이 스며들지 않는 면이라 제조사의 설명대로 제 역할을 하고, 소비자원 시험에서도 이런 용도의 제품 여덟 개 중 여섯 개가 곰팡이를 완전히 없앴습니다. 창을 열고 장갑을 낀 채 휴지나 키친타월에 적셔 그 자리에 붙여 두었다가 닦아 내면 됩니다. 벽지와 콘크리트에는 이 방법을 옮겨 쓰지 않습니다.
벽지 뒤로 번졌으면 닦는 것이 아니라 뜯는 것입니다
미국 환경보호청은 곰팡이 면적이 약 1㎡를 넘으면 직접 제거할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보고, 벽지나 석고보드처럼 흡수성이 있는 재료는 곰팡이가 안으로 파고들어 완전히 없앨 수 없으니 버려야 할 수 있다고 안내합니다. 벽지를 뜯었더니 뒤가 새까맣더라는 이야기가 정확히 이 경우입니다. 석고보드는 습기를 그대로 통과시키는 재료라, 겉의 벽지만 새로 발라도 몇 주 뒤 같은 자리에 올라옵니다.

이때 하지 말아야 할 것이 덮기입니다. 곰팡이 위에 페인트나 실리콘을 바르면 그 도막이 곧 들뜨고, 단열벽지나 단열재를 덧대면 더 나빠집니다. 한국패시브건축협회 상담은 석고보드 바깥에 단열재를 덧붙이면 석고보드 안쪽에서 곰팡이가 더 많이 생긴다고 답하고, 제대로 하려면 석고보드를 철거한 뒤 단열재를 보강하고 이음새를 기밀테이프로 막는 순서라고 정리합니다. 벽지 한 면을 넘게 번졌거나 뜯어낸 안쪽이 젖어 있다면 도배 업체가 아니라 단열을 보는 사람을 부르는 것이 맞고, 그 벽이 젖는 이유를 먼저 잡지 않으면 공사도 몇 해 뒤 같은 자리에서 다시 시작합니다.
오늘 할 수 있는 순서
- 물부터 끊습니다. 창틀과 모서리라면 결로입니다. 거실 문을 닫고 바깥 창을 손가락 하나만큼 열고, 온습도계를 젖는 벽 옆에 둡니다. 천장 쪽 한 점이라면 누수이니 사진을 찍고 관리사무소에 접수합니다. 환경부 곰팡이 관리 매뉴얼도 곰팡이를 제거한 뒤 배관·벽·지붕의 누수부터 확인하라고 시작합니다.
- 걷어냅니다. 창을 열고 장갑과 마스크를 낀 다음, 마른 걸레나 세정살균 티슈로 눈에 보이는 곰팡이를 살살 걷어냅니다. 문지르면 포자가 날리니 누르듯 닦고, 쓴 걸레는 버립니다. 천식이 있거나 어린이·노인이 있는 집이라면 그 사람은 다른 방에 있게 합니다. LH 주거연구원은 곰팡이 포자를 들이마시면 기관지염과 알레르기, 천식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안내합니다.
- 말립니다. 미국 환경보호청은 젖은 자재를 24~48시간 안에 말리면 대부분 곰팡이가 자라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실내 습도를 30~60%로 낮추라고 권합니다. 제습기를 그 벽 쪽에 두고, 벽에 붙은 가구는 손바닥 하나만큼 띄우고, 붙박이장과 베란다 창고 문은 열어 둡니다. 젖은 벽 앞에 서큘레이터를 약하게 틀어 두면 마르는 속도가 눈에 띄게 달라집니다.
- 2주 지켜봅니다. 습도가 60% 아래로 내려왔는데도 같은 자리가 다시 젖고 곰팡이가 올라온다면 생활 습관이 아니라 벽의 문제입니다. 그때는 아래 절로 갑니다.
세 들어 사는 집이라면 집주인에게 먼저, 문자로
임대인은 계약 기간 동안 집을 사용·수익에 필요한 상태로 유지할 의무가 있습니다(민법 제623조). 사소한 손질은 세입자 몫이지만, 고치지 않으면 그 방을 쓸 수 없는 정도의 하자는 집주인이 고칩니다. 법원은 천장에 물방울이 맺히고 창문으로 물이 흘러 곰팡이가 생긴 집에서, 이것을 단열과 방습 성능이 모자란 집 자체의 하자로 보고 계약할 때 이미 있던 하자라도 임대인이 수선할 대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같은 판결이 세입자 쪽에 준 숙제도 있습니다. 세입자가 수선이 필요한 사실을 지체 없이 알릴 의무(민법 제634조)를 다하지 않아 집주인이 고칠 수 없었던 기간의 손해는 물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곰팡이를 발견한 날 알리는 것이 세입자의 권리를 지키는 첫 행동입니다.
전화보다 문자가 낫습니다. 날짜와 사진이 남고, 나중에 “몰랐다”는 말이 나오지 않습니다.
안녕하세요, ○○동 ○○호 세입자입니다. ○월 ○일부터 작은방 베란다 쪽 벽 아래 모서리에 곰팡이가 생겨 사진 보내 드립니다. 거실 문을 닫고 바깥 창을 열어 두고 제습기도 돌리고 있는데 계속 번져서, 단열이나 누수 문제인지 확인이 필요해 보입니다. 한번 봐 주실 수 있을까요?
이 한 통에 세 가지가 들어 있습니다. 발견한 날짜, 사진, 그리고 세입자가 이미 환기와 제습을 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마지막 항목이 “관리를 안 해서 생긴 것”이라는 답을 미리 막습니다. 이사 나갈 때 원상복구를 요구받더라도, 세입자가 돌려놓아야 할 범위는 계약 경위와 입주 당시 집의 상태를 따져 개별적으로 정해진다는 것이 대법원의 기준이라, 집의 단열이 원인이라는 기록이 남아 있으면 그 자리의 도배비를 세입자가 물 이유가 없습니다.
내 집이고 입주한 지 3년이 안 됐다면 상대는 집주인이 아니라 시공사입니다. 단열 하자로 심사를 신청하는 요건과 시공사의 “환기 부족” 답변을 뒤집는 기록 방법은 결로 글의 마지막 절에 그대로 있으니 여기서는 반복하지 않습니다. 시공사에 접수를 넣는 순서와 답이 없을 때 가는 곳은 아파트 하자 접수하는 법과 늦어질 때 가는 곳에 적었습니다.
락스 통은 화장실에 두고, 오늘은 온습도계 하나와 마른 걸레만 들고 베란다로 가세요. 곰팡이가 핀 자리를 사진으로 찍고 그 옆의 습도를 읽는 것이 첫 번째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