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을 막은 이중주차 차를 밀었는데 꿈쩍도 하지 않는다면 차주가 기어를 P에 둔 것이거나,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가 시동을 끄는 순간 스스로 걸린 것입니다. 이 브레이크는 운전석에서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야만 풀리기 때문에 밖에서는 어떤 방법으로도 풀 수 없습니다. 사람을 더 부르는 대신 차주에게 닿는 경로로 바로 넘어가야 합니다.
기어가 N이어도 안 밀리는 차가 있습니다
이중주차가 성립하려면 두 가지가 동시에 맞아야 합니다. 변속레버가 N(중립)에 있어야 하고, 주차 브레이크가 풀려 있어야 합니다. 예전 차는 이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운전석 가운데 레버를 손으로 내려 두면 뒷바퀴가 풀리고, 기어만 N에 놓으면 밖에서 밀 수 있었습니다.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EPB)를 쓰는 차는 다릅니다. 레버 대신 P 표시가 붙은 작은 버튼이 달려 있고, 차가 알아서 거는 경우가 있습니다. 현대자동차 취급설명서는 자동 정차 기능(Auto Hold)이 켜진 상태에서는 차량이 정지한 후 시동을 끄면 자동으로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가 걸린다고 안내합니다. 같은 문서는 엔진이 켜진 상태에서 주차 브레이크를 걸고 시동을 끄면 안전을 위해 다시 자동으로 걸릴 수 있다고도 적고 있습니다.
차주가 일부러 걸지 않았어도 걸려 있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푸는 방법은 하나뿐입니다. 같은 설명서는 브레이크 페달을 밟은 상태에서 스위치를 누르라고 안내합니다. 운전석에 앉아 페달을 밟아야 하는 동작이므로, 문이 잠긴 차를 밖에서 푸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밖에서 두 종류를 가려내는 가장 빠른 방법은 한 번 밀어 보는 것입니다. 가볍게 밀어 움직이지 않으면 힘이 모자란 것이 아니라 바퀴가 잠긴 것입니다. 사람을 셋으로 늘려도 결과는 같습니다.
억지로 밀면 책임은 민 사람에게 남습니다
바퀴가 잠긴 차를 여럿이 밀면 타이어가 끌리면서 차가 옆으로 틀어집니다. 옆 차 범퍼나 기둥에 닿기 쉽고, 경사가 있는 자리에서는 밀리기 시작한 뒤 세우지 못합니다.
흠집이 났을 때 형사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형법 제366조의 재물손괴는 고의로 타인의 재물을 손괴하거나 그 효용을 해한 경우를 처벌하는 조항이라, 차를 빼려다 실수로 긁은 행동은 여기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남는 것은 돈입니다. 민법 제750조는 고의뿐 아니라 과실로 남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에도 배상 책임을 지웁니다. 내 차를 빼려고 남의 차를 밀다 생긴 수리비는 밀어 본 사람이 부담하게 됩니다. 연락이 안 되던 차주는 흠집이 난 뒤에는 대개 연락이 됩니다.
반대 방향도 마찬가지입니다. 화가 나서 그 차 앞을 내 차로 막아 세우는 대응은 손상이 없어도 문제가 됩니다. 차를 움직이지 못하게 만든 것만으로 재물손괴로 본 대법원 판단이 있습니다. 이 부분은 아파트에 무단주차한 외부 차량은 어디에 신고해야 할까?에서 사건번호와 함께 다뤘습니다.
차주에게 닿는 길은 세 갈래입니다
밀 수 없는 차라고 확인했다면 남은 것은 연락입니다. 순서를 정해 두면 시간이 줄어듭니다.
| 경로 | 이때 통합니다 | 막히는 지점 |
|---|---|---|
| 차에 남긴 연락처 | 앞유리에 번호가 있는 경우 | 번호가 없거나 안 받음 |
| 관리사무소 | 단지에 등록된 차량 | 야간·휴일 근무 인력 |
| 단지 앱 알림 | 앱을 운영하는 단지 | 차주가 가입하지 않음 |
관리사무소에 전화할 때 흔히 막히는 지점이 있습니다. “그 차 차주 번호 좀 알려 주세요”라고 하면 알려 주지 않습니다. 관리사무소는 주차 관리를 위해 입주민의 차량 정보와 연락처를 가지고 있는 개인정보처리자이고, 이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것은 정보주체의 동의나 법률의 근거가 있어야 하는 제3자 제공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펴낸 공동주택 개인정보보호 상담사례집도 주차 관리 목적으로 수집한 정보는 그 목적 범위에서만 쓰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대신 관리사무소가 차주에게 직접 연락하는 것은 주차 관리 업무 자체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말해야 합니다.
“지하 2층 B구역 ○○○번 자리 앞에 12가3456 차량이 이중주차돼 있는데 밀리지 않습니다. 차주에게 연락해 이동을 요청해 주시고, 안 되면 안내방송을 부탁드립니다.”
차량번호, 내 차가 선 정확한 위치, 그리고 밀어 봤지만 잠겨 있더라는 사실까지 한 번에 말하면 “밀어 보셨어요?”라는 되물음을 건너뜁니다.
관리사무소도 차주를 못 찾을 때
등록되지 않은 외부 차량이면 관리사무소도 조회할 대상이 없습니다. 단지 안 주차장은 도로교통법상 도로가 아니라 경찰이나 구청도 단속 권한이 없고, 출입구를 막은 경우처럼 2026년 8월 28일부터 지자체가 개입할 수 있게 된 예외만 따로 있습니다. 이 구분은 외부 차량 무단주차 글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차주를 끝내 못 찾으면 실질적으로 남는 선택은 기다리는 것입니다. 못 나간 탓에 생긴 택시비나 지각 손해도 민법 제750조로 청구할 수는 있지만, 상대를 특정하고 손해와 인과관계를 증명해야 하는 절차라 금액에 비해 품이 큽니다. 실제로는 관리사무소에 반복 사실을 알려 다음번을 막는 쪽이 낫습니다.
밀다가, 혹은 기다리는 사이에 내 차에 흠집이 생긴 것을 발견했다면 대응이 달라집니다. 그 경우는 아파트 주차장 문콕, 상대 차가 없을 때 CCTV로 찾는 법의 순서를 따르세요.
내 차가 남의 앞을 막을 때
이 글을 읽는 쪽이 다음엔 막는 쪽이 됩니다. 요즘 차는 아무 생각 없이 시동을 끄면 남이 못 미는 상태가 되므로, 순서를 한 번 익혀 두는 편이 낫습니다.
- 차를 세운 뒤 브레이크 페달을 밟습니다.
- 주차 브레이크가 걸려 있으면 그 상태에서 스위치를 눌러 해제합니다.
- 변속레버를 N에 둡니다.
- 시동을 끕니다. 자동 정차 기능이 켜져 있으면 이 순간 주차 브레이크가 다시 걸리므로, 계기판의 브레이크 표시등이 꺼져 있는지 확인합니다.
차종마다 동작이 다르니 한 번은 취급설명서의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 항목을 직접 읽어 두는 것이 확실합니다. 자동 정차 기능을 끌 수 있는 차도 있고, 시동을 끄면 무조건 거는 차도 있습니다.
연락처를 남기는 일도 결국 내 차를 지키는 쪽입니다. 밀리지 않는 차에 연락처까지 없으면, 급한 사람은 결국 밀어 보게 되고 그 과정에서 생긴 흠집을 두고 다투게 됩니다.
단지 차원에서 반복된다면 규정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주차장 유지와 운영 기준은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제14조제2항이 정한 입주자대표회의 의결 사항입니다. 이중주차 차량에 연락처 부착을 의무로 두거나 반복 위반 시 조치를 정하는 것도 여기에서 다룹니다. 개인이 항의해 바꿀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 동별 대표자를 통해 안건으로 올려야 하는 일입니다.